블록체인은 한동안 “모든 것을 하나의 체인에서 처리”하는 모놀리식 구조가 대세였다. 하지만 확장성과 개발 유연성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데이터 가용성·합의·실행 레이어를 분리하는 모듈형(Modular) 접근이 급부상하고 있다. 그 중심에 소버린 롤업(Sovereign Rollup)이 있다. 이 글은 소버린 롤업의 구조와 장단점을 살펴보고, 모듈형 생태계가 제공하는 기회를 분석한다.
1. 모듈형 블록체인이 주목받는 이유
1-1. 모놀리식 체인의 병목
- 확장성: 메인체인이 모든 트랜잭션을 직접 실행하면서 TPS가 제한된다.
- 개발 속도: 프로토콜 변경이 느리고 권한 있는 커뮤니티 컨센서스가 필요하다.
- 유연성 부족: 특정 애플리케이션의 특수 요구(예: 프라이버시, 실시간 최종성)를 반영하기 힘들다.
모듈형 구조는 체인을 구성하는 핵심 기능을 분리하여 각 계층을 독립적으로 최적화한다. 대표적으로 데이터 가용성(DA), 합의(Consensus), 실행(Execution) 세 영역이다.
1-2. 롤업의 진화
롤업은 기본적으로 트랜잭션을 오프체인에서 처리하고 결과만 L1에 게시해 확장성을 확보한다. 전통적인 롤업(예: Optimistic, ZK)은 업그레이드 승인과 합의를 L1에 의존한다. 반면 소버린 롤업은 자체 거버넌스를 유지하면서 외부 DA 레이어를 활용하여 독립성을 유지한다.
2. 소버린 롤업이란?
소버린 롤업은 데이터 가용성을 외부 레이어에 맡기지만, 합의·결정권은 자신이 가진 구조다. Celestia가 제시한 개념으로, 롤업 체인이 L1에 속박되지 않고 자체 포크를 선택할 수 있다.
2-1. 구조
- 실행 레이어: 애플리케이션 로직을 처리한다. Cosmos SDK, Move, Rollkit 등 다양한 VM을 선택할 수 있다.
- 합의 레이어: 체인의 상태 변화를 결정한다. Tendermint, HotStuff, Narwhal-Bullshark 등을 사용하며, 롤업 참가자(Sequencer 집합)가 합의를 수행한다.
- 데이터 가용성 레이어: 블록 데이터를 샘플링 기반으로 분산 저장한다. Celestia, EigenDA, Avail이 대표적이다.
2-2. 특징
- 독립적 거버넌스: 체인이 자체 규칙을 정하고 포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 플러그형 레이어: DA, 합의, 실행 레이어 선택이 자유로워 빠른 실험이 가능하다.
- 보안 공유: DA 레이어의 샘플링·코딩 기법을 통해 작은 체인도 높은 데이터 가용성 보장을 얻는다.
3. 프로젝트 사례 분석
3-1. Celestia 기반 생태계
- Dymension: 롤업을 “RollApp”으로 추상화하여 누구나 맞춤형 체인을 배포할 수 있게 한다.
- Manta Pacific: ZK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EVM 호환 소버린 롤업. Celestia DA를 활용하면서도 거버넌스는 자체 토큰으로 운영한다.
- Saga: 게임·엔터테인먼트 특화 소버린 체인을 제공하며, 개발자가 별도 인프라 없이 앱 체인을 론칭할 수 있게 한다.
3-2. EigenLayer·EigenDA
EigenLayer는 이더리움의 리스테이킹 메커니즘을 통해 추가 보안을 제공한다. EigenDA는 데이터 가용성을 모듈형으로 제공하면서, 소버린 롤업이 이더리움 보안 풀을 공유하도록 설계된다. 이를 통해 이더리움 생태계와 호환성을 유지하면서 독립적 거버넌스를 유지할 수 있다.
3-3. Avail과 Polygon 2.0
Polygon 2.0 로드맵은 Avail을 데이터 가용성 레이어로 사용하며, 여러 롤업을 통합하는 루팅 계층을 구축한다. 소버린 롤업은 Avail 위에서 실행되지만, 합의·거버넌스는 각 롤업에 위임되어 있다.
4. 설계 시 고려사항
4-1. 신뢰 가정과 보안 모델
- DA 신뢰성: 샘플링 기반 보증이 충분한지, 데이터 재구성이 가능한지 확인한다.
- Sequencer 탈중앙화: 단일 시퀀서가 검열 또는 MEV를 독점하지 않도록 설계한다.
- 브리지 보안: 소버린 롤업 간 자산 이동 시 라이트 클라이언트 혹은 ZK 증명 기반 브리지를 적용해야 한다.
4-2. 거버넌스
- 업그레이드 절차와 긴급 중단 메커니즘을 명확히 한다.
- DA 제공자 장애 발생 시 비상 전략(대체 업로드, 오프라인 증명)을 수립한다.
- 토큰 이코노미가 있는 경우 스테이킹·보상·슬래싱 룰을 정의한다.
4-3. 개발자 경험(DX)
- 모듈 선택과 설정이 너무 복잡하면 개발자 유입이 저해된다.
- 표준화된 DevOps 도구, 상태 동기화, 모니터링 툴 체인이 따라와야 한다.
- 계정 추상화, 체인 간 메시징 등 사용 경험을 단순화할 수 있는 미들웨어를 확보한다.
5. 소버린 롤업 vs 앱체인 vs 레이어2
| 구분 | 소버린 롤업 | 앱체인(L1) | 전통 레이어2 |
|---|---|---|---|
| 데이터 가용성 | 외부 DA 사용 | 자체 데이터 저장 | L1(이더리움 등)에 게시 |
| 거버넌스 | 자체 시행 | 자체 시행 | L1 규칙 의존 |
| 업그레이드 자유도 | 높음 | 높음 | 낮음 |
| 보안 수준 | DA 신뢰성에 의존 | 자체 합의 | L1 보안 상속 |
| 개발자 경험 | 모듈 선택 필요 | 독립 구축 필요 | L1 친화 |
6. 실무 도입 로드맵
- 요구사항 분석: TPS, 최종성, 프라이버시, 규제 준수 필요를 명확히 정의한다.
- 모듈 선택: DA(Celestia, EigenDA, Avail 등), 합의(Proof-of-Stake, 리스테이킹), 실행 환경(EVM, WASM, Cosmos SDK)을 비교한다.
- 프로토타입 구축: Rollkit, Caldera, Conduit 같은 롤업 툴킷으로 PoC를 만든다.
- 보안 검증: 데이터 가용성 샘플링 테스트, 브리지 감사, 시퀀서 장애 시뮬레이션을 수행한다.
- 운영 자동화: 모니터링, 롤업 상태 대시보드, 자동 롤백 시스템을 구축한다.
7. 향후 전망
- Cross-Rollup 메세징: IBC, Hyperlane, LayerZero 등이 소버린 롤업 간 상호운용을 강화한다.
- ZK-Proof 통합: ZK 증명 비용이 낮아지면서 소버린 롤업도 신뢰 최소화 경로를 확보한다.
- Shared Sequencer: Espresso, Radius 같은 공유 시퀀서 네트워크가 등장하여 탈중앙성과 안정성을 높인다.
- 데이터 가용성 시장: DA를 다중 선택할 수 있는 멀티 DA 전략과, SLA 기반 가격 책정이 본격화된다.
모듈형 블록체인은 모든 것을 한 체인에 억지로 담던 시대를 넘어, 각 계층을 교체 가능한 구성 요소로 다루게 한다. 소버린 롤업은 이 전환의 핵심 도구다.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보안과 확장성을 확보하고 싶은 프로젝트라면, 소버린 롤업 설계를 통해 자체 블록체인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